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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공원 장기판이 낙원상가로…'어르신 문화 놀이터'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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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머픽
작성일 2026.03.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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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상가 1층 실내 66㎡ 규모
장기 둘 수 있는 34석 '오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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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종로구 '탑골 어르신 문화 놀이터'에서 노인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여기 오는 날은 아침에 눈이 알아서 '번쩍' 떠지지."

19일 오후 12시께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1층. 박모씨(78)는 '탑골 어르신 문화 놀이터'에서 지인과 오전부터 장기를 두었다. 박씨는 "집에 있을 땐 중간중간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눈이 잘 안 보이고 힘든데, 이곳에 오면 눈도 잘 보이고 담배도 덜 피우게 된다"며 "한참 웃고 떠들면 기분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낙원상가 1층에 마련된 실내 공간이 노인들의 새로운 '장기 성지'로 떠올랐다. 종로구청이 지난 2월 2일 낙원상가 1층에 탑골 어르신 문화 놀이터를 마련한 결과다. 앞서 종로구청은 지난해 7월 31일 탑골공원 안팎에서 바둑·장기 등 오락 행위와 흡연, 음주가무 등을 전면 금지했다. 독립운동 성지인 탑골공원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시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탑골공원에서 장기와 바둑이 금지되며 노인들은 한동안 갈 곳을 잃고 떠돌았다.

점심시간 어르신 문화 놀이터는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오전 11시30분께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의 행렬이 이어졌으며 20평(66㎡) 규모 실내에 마련된 34석은 금세 만석이었다. 몇 초 간격으로 곳곳에서 장기 알이 '탁' 오르는 소리가 울렸고 승패가 날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장군아" "장을 받아라"는 외침도 들렸다. 자리를 잡지 못한 노인들은 구경하며 훈수를 두거나 자리가 빌 때까지 근처 벤치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이들은 서로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볍게 목례하거나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자리에 앉을 때는 기다리는 사람이 따로 있는지 확인했다. 처음 본 사이일 땐 "어디에 사시느냐" "식사는 하셨냐"고 묻고 근처 무료 급식소에 가서 같이 밥을 먹자고도 이야기했다. 김모씨(80대)는 "서로 목소리를 높여서 싸우거나 술을 마신 노인이 이곳을 찾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한 번 지면 잠깐 자리를 비워주고 잘 못해도 나무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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