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죽었는데 너무 보고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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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를 1년 반 정도 키웠습니다. 나이는 3~4살이었어요. 사실 얼마나 살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데려온 아이는 아니었어요. 가족이 지인에게 분양 받아왔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케어를 못하기에 제가 대신 키워줬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오른쪽 볼이 크게 부어올라 있어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구강종양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대로 딱 한 달 살고, 다시 약 타러 병원 가기 하루 전에 죽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였는데, 저녁 약 먹이기 전에 죽어서 아직도 고슴도치 저녁 약은 남아있습니다. 도무지 못 버리겠어서 그냥 상자에 넣어 놨어요. 밥 그릇이랑 물 그릇도 못 버렸습니다. 목욕 솔도 못 버렸어요. 그냥 시간 날 때마다 한 번씩 닦아서 말리고, 다시 상자에 넣어 놓아요. 약 먹일 때 쓴 주사기도 못 버렸어요. 그냥 아무것도 못 버렸어요. 고슴도치가 살던 리빙 박스도 못 버렸어요. 버리기 싫어요.
약 먹이려고 보니까 혀를 길게 빼놓고, 힘 없이 늘어져 있어서 직감 했어요. 곧 죽는구나... 하고. 그래서 그냥 가만히 안고만 있었습니다. 그러고 20분이 지나니 숨을 안 쉬었어요. 그런데 믿기 싫어서, 그대로 10분 동안 더 안고 있었어요. 7시가 약 먹일 시간이라 6시 50분에 준비했는데, 고슴도치는 7시 6분에 죽었어요. 죽기 전에 저를 기다려준 것이었을까요? 고슴도치가 저를 기다릴 만큼 잘 해줬는지 모르겠어요.
고슴도치가 죽자 마자 집을 치웠어요. 쳇바퀴도 분리하고, 리빙 박스도 닦고, 숨숨집도 빨았어요. 그냥 실감 나면 평생 못 치울 것 같았어요. 고슴도치 집이 보일 때마다 울 것 같아서, 그래서 바로 정리했어요. 그러지 말고 오랫동안 천천히 슬퍼하는게 나았을까요? 실감이 나서 그 집을 볼 때마다 슬퍼했다면 지금은 좀 덜 보고 싶었을까요? 왜 고슴도치가 죽은건 7월의 여름인데, 저는 이 추운 날씨까지 슬픈걸까요?
행복하고 싶은게 아니에요. 오랫동안 많이 슬플거에요. 저한테는 고슴도치가 너무 소중해요. 고슴도치도 자신의 죽음에 누군가 이렇게 슬퍼하는걸 알면 좋아하지 않을까요? 고슴도치를 오래 기억하고 싶어요. 내 마음에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요. 정말 너무 보고싶어요.
고슴도치가 너무 보고싶어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그만 슬퍼하고 싶은게 아니에요. 그냥 고슴도치가 너무 보고싶어요. 잘해준건 없고 못해준 것 천지에요. 다시 오면 더 잘해줄 수 있는데, 무슨 짓을 해도 못 돌아올걸 아니까 너무 힘들어요.
너무 보고싶어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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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I1R님의 댓글
- 2I1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