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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간이 만들었다'…'지옥2', 사상적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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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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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년 X월 X일 X시, 너는 죽는다. 그리고 지옥에 간다."


처음엔, 악인들만 고지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지옥사자가 나타나 죽음을 선고하고, 고통을 주고, 지옥불에 태우고, 끌고가는 건 응당 악인들이 당해야 할 일이니까. 


그러나 선인들도 고지를 받았다. 심지어 아직 이름조차 짓지 못한 신생아까지도 고지의 대상이 됐고, 시연당했다. (송소현의 아기는 죽었다가 가장 빠른 속도로 부활한다.)


결국 지옥사자들의 고지는 그냥 천재지변이었다. 인간이 접해보지 못한,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 그렇게 '지옥2'는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 즉 코스믹 호러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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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성악설이나 기독교의 원죄도 생각해봄직하다. 인간은 살아가며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크고 작은 죄를 저지른다고 정의해보자.


우리가 먹는 음식도 살생이다. 어쩔 수 없이 배출하는 산소도 지구에겐 악이다. 걸어가며 밟은 풀과 개미는 어떨까. 그들에게 인간의 무심한 발걸음은 천재지변이다. 


이렇게 가정하면 송소현의 아기(재현)이 죽자마자 부활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송소현 아기의 죄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 밖에 없으니까.


실제로 이 아기의 죽음과 부활은 예수를 떠올리게 한다. 눈 내리는 날, 가장 낮은 곳에서 일어난 기적. 그것이 바로 재현의 죽음과 부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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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인간은 예상치 못한 죽음에 항상 의미를 부여해왔다. 선인이 죽으면 하늘이 너무 예뻐해서, 악인이 죽은 건 하늘이 천벌을 내려서. 


의미를 부여해서라도 죽음에 대한 타당하고 납득 가능한 이유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신의 뜻을 점치며,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해나가는 것이다. 


인간의 죽음 때문에 수많은 종교가 생겼고, 종교가 만든 전쟁이 벌어졌다. 그로 인해 다시 사람들이 죽는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다.


'지옥2'의 인간들도, 죽음에 대한 공포에 다양한 대처 방식을 보인다. 새진리회의 종교화, 화살촉의 광신도화, 햇살반 선생(문근영 분)의 광기, 이수경(문소리 분)의 시스템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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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역시 다채롭게 지옥 같다. 정진수(김성철 분)이 그 대표적인 예. 그는 시즌 1과 2가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시즌1에서 공포로 대중을 통제하려 했다면, 시즌2에선 그 공포에 잡아먹힌다. 


반대로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민혜진 변호사(김현주 분), 그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정의로우며 선의로 가득한 캐릭터다. 죽음 위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


부활자 박정자(김신록 분)를 아이들과 만나게 해주겠다는 강인하고 선한 의지로 공포를 이겨냈다. 심지어 지옥사자화 되어가는 정진수에게도 한 가닥 연민을 보인다. 


민혜진은 박정자가 예견한 죽음을 피해갔고, 살아남았다. 공포심보다 신념이 강했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박정자도 마찬가지다. 박정자는 정진수에게 "난 내가 누군지 안다. 은율이와 하율이의 엄마"라고 정의한다. 그가 가진 모성은 공포심보다 더 강했다. 박정자도 부활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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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민혜진과 박정자의 존재 자체가 또 다른 디스토피아의 탄생을 예고하기도 한다는 것.


그도 그럴 게, 부활한 박정자는 (고지를 제외한) 사람의 죽음을 예지한다. 게다가 세상이 멸망할 거라 확언한다. 그녀가 내리는 또 다른 고지는 혼란과 공포일 수밖에 없다. 


소도의 김성집(홍의준 분)은 박정자가 만들어갈 제3의 디스토피아를 예측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박정자를 죽이려 하고, 좌절되자 "세상을 구할 마지막 기회였다"며 한탄한다. 


그러나 민혜진의 신념은 올곧으며 꺾이지 않는다. 그는 초지일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정당치 않다고 항변한다. 재현을 소도로부터 빼내고, 박정자를 지켜냈다. 


이제 박정자가 만들어낼 또 다른 초자연적 현상은 막을 수 없다. 이미 그건 현실이다. 


하지만 김성집이 옳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이 대였고, 무엇이 소였는지도 이젠 구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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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보여주고 싶은 진짜 디스토피아는 예측불가한 현상, 그에 따른 사상적 재난이었다. 신의 뜻을 (감히) 예측하는 인간들이 만든, 현실의 지옥이었다. 


다만, '지옥'이 염세주의만 고수하는 건 아니다. 결국 연상호 감독이 승리와 생존의 서사를 부여한 건, 민혜진이니까. 


연 감독은 박정자의 입을 빌어, 지옥의 대처법을 시청자에게 알렸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라는 것. 


"곧 세상이 멸망할 거에요. 그러니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박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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