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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으면 절대 그냥 파묻지 마. 여기, 이 한가운데를 팍 뚫어 줘,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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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화성이 있다.
 
아니, 지구이나 화성처럼 꾸며진 마을이 있다.
 
마을의 이름은 극동리.
 
인구밀도가 상실에 가깝던 이 마을은 신재생바이오에너지사업 발전과 도모를 위해 푸르른 녹지를 싹 쓸어버리고 붉은 토양의 황폐한 땅으로 개간되었다.
 
푸르른 숲을 몽땅 걷어버리고 마침내 아무것도 남지 않은 황무지 마을은 역설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신재생바이오에너지사업과 "화성"을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 SF영화의 촬영지로 쓰이면서 마을 전체가 전에 없는 기대와 고양감으로 젖어있었다.
 
모두가 행복했다.
 
인구가 얼마 없던 마을에는 매일 몇 백이 되는 스태프들이 돌아다니고, 마을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영화에 엑스트라로 참여해 우주복을 입고 마을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사고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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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다름없이 맑고 밝은 날.
 
마을 광장에서는 한 노인이 전봇대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고, 따라서 별로 주목할 일도 아니었다. 누구도 그 노인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노인은 교차로를 건너더니, 전봇대에 전동 드릴을 올려두고 청테이프로 감기 시작했다.
 
 
'치매 노인인가...?'
 
 
발전하는 극동리에 대한 기사와 칼럼을 적기 위해 마을로 출장을 와 있던 기자가 무심결에 노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선배! 지금 극동리에 있죠? 그럼 그거 알아요? 거기서 지금 사람 셋이 실종됐다는 거?"
 
 
그러나 열띤 후배의 말에 기자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 사고가 터졌다.
 
 
"안 돼! 저 할아버지 좀 어떻게 해 봐!"
 
 
기자가 비명을 질렀다.
 
전봇대에 드릴을 칭칭 감던 노인이 별안간 돌아가고 있는 전동 드릴로 돌진한 것이다.
 
노인의 피와 뇌수가 하늘로 분수처럼 솟구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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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로 이마를 뚫어버린 노인이 사망하고 마을에는 묘한 소문이 돌았다.
 
노인이 죽기 전, 이웃들을 찾아가 했다던 부탁에 관한 소문이었다.
 
 
"아냐, 정말이라니까. 진짜 우리 집에 왔었어. 어제 저녁에 말이야. 내가 부엌에서 호박을 다듬고 있는데, 그 할아범이 왔었어. '나 죽으면 절대 그냥 파묻지 마. 여기, 이 한가운데를 팍 뚫어 줘, 알았지?' 나한테 그랬단 말이야."
 
"할머니, 지금 그 이야기.. 저한테 다시 해줄 수 있으세요?"
 
 
그러나 곧, 이마가 뚫린 노인의 사건은 대수롭지 않은 자살로 종결되어버렸다.
 
 
"이것 보세요, 기자님. 기자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셨다면서요. 그럼 그 할아버지가 자살한 거 제일 잘 알 거 아니에요. 이게 무슨 살인사건도 아니고."
 
"그러니까 이상하잖아요. 자살을 누가 그런 식으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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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을 뒷산에서는 썩기 시작한 사람의 손이 발견되고.
 
곧이어, 이마에 구멍이 뚫린 시체 세 구가 파헤쳐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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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되고 있다.
 
다만, 이 영화 시놉시스가 조금 석연치 않다.
 
이 영화는 화성으로 이주한 지구인들이 정체 모를 무언가에 의해 이마가 뚫려 죽는 사건이 일어나는 미스터리 SF물.
 
 
 
"왜... 영화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처럼 사람이 하나씩 죽어나가고 있는 거야...?"
 
 
 
그것도 이마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채로.
 
 
 
 
 
 
 
 
 
 
 
 
 
 
 
 
 
 
 
 
 
 
 
 
 

 
"지금 여기가 외계 행성인가 싶지요?"
 
 
화성을 닮은 붉은 토양의 마을,
똑같은 얼굴로 미소 짓는 사람들
 
이상하고 섬뜩한 활기 아래 감춰진 끔찍한 욕망의 역사

 

17182134570639.jpg무언가 이상한 것이 온다 - 김희선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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