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의 속도는 정말로 70km/h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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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딘오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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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상을 뜨겁게 달궜고 포텐도 갔었던 "설사의 (장내) 속도는 최대 70km/h다"라는 글. 이 글에 의하면 '설사의 속도는 70km/h(100m를 6초만에 도달)라는 어마어마한 속력으로 장내를 질주하기 때문에 설사를 지리면 배가 아플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인터넷에서의 본 모든 글을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애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말씀처럼, 과연 이게 사실인지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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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같은 학술지나 그런 전문적인 사이트는 안나오고 무슨 황색언론 느낌이 풀풀 나는 언론 사이트의 "한 여자이 설사 때문에 제한속도 70km 구간에서 86km/h로 질주했다"는 기사 밖에 검색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판사에게 인정되지 않아서 과속 벌금을 물었다고 한다... 잠시 묵념)
그래도 혹시나 몰라 범위를 넓혀서 여러가지로 검색을 해보았고,
엊그제 당직이라서 피곤해 뒤져가는 의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쉬는날 이른 아침부터 뭘 처 물어보냐고 욕을 먹으면서까지 정보를 수집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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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특히 소화기 내과)의 입장은 "측정이 불가능하다"였다
그 근거들은 다음과 같다
1. 설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다
-설사가 음식 or 바이러스 아니면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발생한건지를 따져야 하고...
-설사를 유발하는 염증이 위장 or 소장 or 대장에서 발생했는지 위치도 고려해야 하며...
-염증이 장막 전체를 덮었는지, 아니면 점막층이라는 비교적 얕은 곳에 퍼졌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2. 설사의 장내 속도를 측정하는데 실질적인 어려움이 많다
-앞서 말했듯이 설사의 위치에 따라 무슨 내시경을 써야할지 고려해야될게 너무 많고...
-당장 내시경만 하더라도 장을 깨끗히 비운 통제된 환경에서 작업이 진행되는데,
설사 같은 오염물이 지나가는 상태에서 속도계 같은걸 집어 넣는다면 복막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너무 높다
-결정적으로 설사 때문에 고통 받는 환자를 두고 한가하게 속도나 재고 있을 여유는 없다
뭐... 의사분들이야 환자의 건강이 최우선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자기 몸으로 설사의 속도를 측정해본 메드 사이언티스트 같은 사람이 정녕 없단 말인가?
당장 헬리코박터의 존재를 입증한다고 원샷에 배양균을 드링킹한 박사도 있는 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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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있다! 설사의 속도를 측정한 과학자가!
다만 우리가 기대(?)했던 자기 똥꼬에다가 속도계를 집어넣을만큼 광기에 휩싸인 미친 과학자 벌인 연구는 아니고, 베르누이의 방정식을 통해 '가상의 설사 모델(Virtual Diarrhea Model, VDM)'를 구현하여 간접적인 방식으로 설사의 속도를 측정한 연구이다.
각설하고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장내를 질주하는 설사의 최고 속도는 1.4 cm/s, 그러니까 시속 0.05km/h라는 것이다. 이는 '건강한 장(Vritual Healthy Model)'의 대변이 지나가는 최고 속도와 별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너무 느려서 실망했는가?
다만 설사를 겪는 내장의 최고 속도 빈도수(high-velocity spike)가 건강한 장일때에 비해 굉장히 많은 것을 보면, 설사가 괴로운 이유 중 하나는 최고 속도 그 자체라기 보단 최고 속도가 얼만큼 자주 발생하는가에 따라 달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가운데에 있는 VCM은 가상의 변비 모델이다. Vritual Constipation Model...)
아무튼 이렇게 해서 똥글(진짜)을 마치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던것 처럼 우리 모두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너무 맹신하지 말라는 애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말씀을 숙지하도록 하자.
세줄요약)
1. 설사의 장내 속도가 최대 70km/h라는 것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2. 의학계에선 대체적으로 설사의 정확한 속도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3. 다만 베르누이의 방정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속도를 추산한 결과, 설사의 최고 속도는 0.05km/h라고 할 수 있다